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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를 푸는 아이 vs 문제를 찾는 아이 — AI가 바꿔놓은 교육의 기준

    핵심 요약

    AI시대 교육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문제를 잘 푸는 능력보다 문제를 찾고 정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5년 미래직업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가장 빠르게 부상하는 핵심 역량은 창의적 사고와 호기심, 평생학습이다. 주어진 문제를 정확히 풀어내는 능력은 이제 AI가 인간을 압도한다. 이 글은 지방 도시에서 시험 문제를 풀며 자란 1988년생 아빠가, AI시대 교육을 고민하며 쓴 글이다.


    내가 받은 교육의 공식: 문제를 풀면 성공한다

    1988년생이다. 부모님은 60년대생. 부모님 세대에게 교육의 공식은 단순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간다. 그리고 그 공식은 실제로 작동했다.

    나는 지방 거점 공업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당시 고등학교는 중학교 성적 순으로 배정됐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은 치열했다. 더 좋은 학원, 더 높은 점수, 더 많은 문제풀이. 그게 일상이었다. 그 결과 지역에서 명문이라 불리는 고등학교에 갔다. SKY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 소재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을 졸업했고, 바로 대기업에 입사했다.

    돌아보면 이 과정의 핵심은 하나였다. 주어진 문제를 정확하고 빠르게 푸는 능력. 시험 문제, 입시 문제, 면접 질문, 업무 과제. 형태는 달라져도 본질은 같았다. 누군가가 문제를 내고, 내가 풀고, 잘 풀면 보상을 받는다. 학교도, 회사도 이 구조 위에서 돌아갔다.

    “시키는 일이나 잘 해” — 문제를 찾는 사람이 듣던 말

    그런데 나는 사실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를 찾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대기업에서 일할 때, 프로세스에 문제가 보이면 참지 못했다. 왜 이렇게 하고 있지? 이건 비효율 아닌가? 이런 방식은 어떨까? 아이디어를 던지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선배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시키는 일이나 잘 해.”

    불합리한 반응은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려면 내 시간의 상당 부분을 쏟아야 한다. 타인의 협조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 안에서 그 비용을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결국 실행 없는 아이디어만 남았다. 나는 “말만 앞서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AI가 판을 뒤집었다 — AI시대 교육의 전환점

    지금은 다르다.

    문제가 보이면 AI로 리서치를 한다. 몇 분이면 관련 데이터와 사례가 정리된다. 거기서 MVP(최소 기능 제품)를 만든다. “이게 문제인데, 이렇게 바꾸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말이 아니라 실물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문제를 제기하면 해결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시대다.

    반대쪽 이야기도 있다. 컨설턴트인 친구는 고민이 많다. 리서치, PPT 장표 제작, 인터뷰 질문지 설계, 엑셀 데이터 분석. 이 친구의 무기는 “시키면 기가 막히게 해내는 실행력”이었다. 그런데 밤새워 만들던 분석 자료를 AI가 몇 분 만에 고품질로 뽑아낸다. 과거의 무기가 더 이상 무기가 아닌 시대다. 이 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어진 일을 정확히 수행하는 능력의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5년 1월에 발표한 《미래직업보고서(Future of Jobs Report 2025)》가 이 흐름을 숫자로 보여준다. 2030년까지 가장 빠르게 부상하는 스킬 10가지 중,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와 호기심·평생학습(curiosity and lifelong learning)이 상위에 올라 있다. 기업 10곳 중 7곳이 분석적 사고를 필수 역량으로 꼽았다. 동시에 그 분석적 사고를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적용하느냐”를 결정하는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이 급상승하고 있다.

    핵심은 이거다. 풀 수 있는 능력은 AI가 가져갔다. 남은 것은 무엇을 풀 것인지 찾는 능력이다.

    회사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 이 변화는 체감된다. 과거에 “일만 벌이는 사람”, “용두사미”, “실속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던 유형이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프로세스에서 어떤 부분이 AI시대에 뒤처지는지, 어디에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찾는 것 자체가 핵심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반면 문제 해결만 잘 하던 사람은 오히려 “답답하고 느린 사람”이 돼 가고 있다. 시키면 잘 하지만, 스스로 과제를 정의하지 못한다. AI가 실행 속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세상에서, 무엇을 실행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병목이 된다.

    채용 시장도 바뀌고 있다. WEF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공급 부족을 느끼는 역량이 바로 창의적 사고다. 정답을 맞추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질문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부족하다.

    AI시대 교육,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하나

    3세, 6세인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올 2040년대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건, 내가 받은 교육의 공식 — “주어진 문제를 정확히 풀면 보상받는다” — 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내가 자란 시대에 시험은 이렇게 작동했다. 정답이 있고, 그걸 맞추면 점수를 받는다. 학원에서 문제 유형을 익히고, 반복 훈련으로 정답률을 높인다. 그 점수로 서열이 매겨진다. 이 구조에 최적화된 사람을 30년간 만들어왔다. 그런데 AI가 정답 맞추기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지금, 이 교육이 아이의 미래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교육학 연구에서도 이 우려가 나온다. AI가 에세이를 써주고, 복잡한 문제를 몇 초 만에 풀어준다. 학생들의 초점이 “이해”에서 “완료”로 옮겨가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인지적 외주화(cognitive offloading)라고 부른다. 생각하는 행위 자체를 AI에게 위임하는 현상이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AI가 있는 세상에서 자란다. 이 아이들에게 AI 없던 시절의 교육 공식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전화번호 외우기를 시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답을 주려는 게 아니다

    솔직히 AI시대 교육의 정답이 뭔지 모른다. 아마 정답 자체가 없다.

    다만 나는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을 “날 때부터 AI가 당연히 존재했던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AI가 정답을 순식간에 내놓는 세상이니까, 정답을 맞추는 훈련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기르는 것.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다시 보고, 왜?라고 묻는 것. 자기만의 정의를 만들어보는 것.

    WEF가 미래 핵심 역량으로 꼽은 호기심과 평생학습도 결국 같은 말이다. 답을 아는 것보다, 답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는 AI가 없던 시절이 더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전환이 쉽지는 않다. 아이가 시험 점수를 받아오면 여전히 일희일비하게 된다. 좋은 학원을 알아보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부모님 세대에게 주입된 공식이 아직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신한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AI는 우리 삶에 당연히 함께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정답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를 푸는 아이가 아니라, 문제를 찾는 아이. 나는 그런 방향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