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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질문 잘하는 법 — 법무팀장이 AI를 쓰며 깨달은 5가지 규칙

    AI 질문 잘하는 법 — 법무팀장이 AI를 쓰며 깨달은 5가지 규칙


    “AI 질문 잘하는 법”을 검색해보면 프롬프트를 잘 써야 한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을 해야 한다 등 정보가 이미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AI 초심자 입장에서는 달나라 이야기 같이 들린다.

    chatGPT를 시작으로 AI를 쓰기 시작한지는 벌써 2년이 지났지만 AI의 특성과 패턴을 알고 쓰기 시작한지는 불과 몇 달 밖에 되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답해주는 만능 비서라 생각했는데, 그럴싸하게 답변하는 예스맨이라는 것을 깨닫고 잠시 이별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AI는 야생마라 내가 어떻게 길들이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나는 아무런 조련도 하지 않았으면서 야생마에게 S급 경주마와 같은 능력을 기대했다는 것.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5가지 질문 규칙을 정리해보려 한다.

    AI 질문 잘하는 법 — 야생마 비유로 본 AI 활용 원리
    AI는 야생마이다. 어떻게 길들이는지에 따라 명마가 될 수도 있고, 마음대로 날뛰는 짐승이 될 수도 있다.

    프롬프트만 생각하면 놓치는 것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는 “AI 100% 활용법” 류의 콘텐츠가 홍수처럼 넘쳐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많은 콘텐츠들은 “댓글에 AI 라고 남겨주시면 DM으로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비결을 보내드릴게요” 라며 마치 대단한 비밀을 숨겨둔 것처럼 홍보한다. 대단한 비법이라도 있나 싶어서 댓글에 키워드를 남기고 DM으로 그 비법을 받아본 적도 있는데, AI 교육 관련 광고와 함께 프롬프트 템플릿을 보내주더라. 그리고 “역할을 부여하라”, “맥락을 명확히 하라”, “예시를 들어라” 같은 식의 원론적인 가이드도 포함되어 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왜 그래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그 규칙이 깨지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프롬프트만 넣으면 콘텐츠에 나온 것처럼 AI가 대단한 결과물을 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막상 제공 받은 프롬프트를 넣고 결과물을 받아보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나도 처음엔 법률자문이나 계약서 검토 업무를 하면서 프롬프트만 정성껏 적으면 다 해결될 것이라 믿었다. 분명히 AI에게 “너는 변호사다”라는 역할도 부여하고, 검토보고서 샘플도 주고, 사실관계도 육하원칙에 따라 잘 적었는데 답변이 이상하다. AI가 인용한 법령이나 대법원 판례 사건번호가 검색이 안 된다. 심지어 우리 회사가 확실히 법률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무조건 내가 이길거라고 듣기 좋은 말만 뱉는다.

    문제는 프롬프트 자체가 아니라 질문 프로세스 설계에 있었다.


    규칙 1. 작은 단위로 방향을 잡는다.

    가장 많이했던 실수는 결과물을 먼저 요구하는 것이었다.

    “합의서 써줘”, “내용증명 초안 잡아줘”, “이 분쟁 어떻게 대응해야 돼?” 이렇게 물으면 AI도 추상적이고 알맹이 없는 답을 준다. 내가 써도 저거보다는 잘 쓰겠다 싶은 답이 나온다.

    AI는 아주 똑똑한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면 결과물 수준이 달라진다.

    신입사원에게 “이 사건 보고서 써와”라고 툭 던지면 대부분의 신입사원은 내 의도와 다른 보고서를 가지고 온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작은 목표와 방향을 주며 나와 핏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분쟁 사건이 들어오면 AI에게 보고서를 한 번에 시키지 않는다. 단계를 이렇게 쪼갠다.

    1. 자료 정리: 흩어진 자료를 한 곳에 모으고 형식 통일
    2. 핵심 요약: 자료별 한 줄 요약, 필요하면 시간순 정렬
    3. 쟁점 추출: 요약 위에서 핵심 쟁점 도출
    4. 리서치: 쟁점별로 법령 · 판례 검색
    5. 초안 작성: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 초안 작성
    6. 검수: 초안에서 근거 부족하거나 추론으로 작성된 구간 식별
    AI 질문법 규칙 1 — 한 번에 결과물 요구 vs 6단계 쪼개기 비교
    한 번에 vs 자료정리/요약/쟁점/리서치/초안/검수 6단계

    그리고 각 단계마다 “추론이 필요하면 임의로 진행하지 말고 나의 의사결정을 받아”를 명시한다. (클로드 코워크 스킬을 통해 이 과정들을 자동화 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으나 본 글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작은 단위로 쪼개어 작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할 때 AI는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속에서 패턴을 인식하여 나의 의도에 맞게 깊은 답변을 준다. 한 번에 결과물을 요구하면 평범 또는 그 이하의 결과물이 나오지만, 단계를 쪼개고 들어가면 결과물의 깊이가 달라진다.


    규칙 2. 자기 비판을 하도록 하라.

    AI 할루시네이션이란 무엇인가 — 챗GPT가 자신 있게 거짓말하는 이유에서 언급한 것처럼 AI는 답을 알고 뱉는 것이 아니라 가장 흔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답을 확신 있게 말한다. 그래서 틀린 답을 정답인 것처럼 내어 놓을 확률이 있다.

    그래서 난 AI가 만든 결과물이 나오면 항상 스스로 비판하도록 한다. 상대방 변호사 입장에서 공격할만한 논리의 취약점을 찾도록 하기도 하고, 판사 입장에서 지적하도록 시키기도 한다. 그러면 AI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자기가 만든 결과물을 마구 난도질한다 — 수치심이 없어서 가능한 일인가 싶다.

    이렇게 나온 수정버전에 대해 나의 입장에서 다시 비판하도록 시키고, 필요하면 다시 반대 입장에서 비판하도록 시킨다. 이렇게 몇번 하다보면 어느 쪽 논리가 단단한지, 나의 약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기비판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결과물은 미완성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AI 질문법 규칙 2 — AI에게 자기 결과물을 비판시키는 자기 검증 구조
    AI의 자아를 나누어 서로 비판하게 해야 한다

    규칙 3. 출처를 요구하라.

    법무 영역에서 AI의 가장 큰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자신 있게 인용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ChatGPT가 만들어낸 가짜 판례 6건을 법원에 제출했다가 제재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Mata v. Avianca, Inc., 1:22-cv-01461, S.D.N.Y. 2023). 가짜 판례를 인용한 변호사 2명과 소속 법률사무소에 합산 $5,000의 제재가 부과되었고, 법원은 “주관적 악의”로 판단했다.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스탠퍼드 RegLab이 2024년 1월 발표한 연구(“Large Legal Fictions: Profiling Legal Hallucinations in LLMs”)에 따르면, 무작위 미국 연방판례를 질의했을 때 GPT-3.5는 69%, Llama 2는 88% 비율로 할루시네이션을 일으켰다. 법원 핵심 판단(holding)을 묻는 질의에서는 75% 이상이 거짓이었다. 같은 RegLab의 후속 연구(2024년 5월)에서는 법률 전문 AI 도구인 Lexis+ AI가 17%, Westlaw AI가 33%에서 잘못된 답을 출력했다. 자세한 비교는 GPT vs Claude vs Gemini 할루시네이션 비교에서 다뤘다.

    그래서 나는 법령 · 판례 등이 들어간 답을 받으면 무조건 이걸 한 번 더 묻는다.

    “방금 인용한 판례 사건번호와 법령 조문 번호를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와 사법정보공개포털(portal.scourt.go.kr)에서 검색해보고, 실재하지 않거나 잘못 인용한 것이 있다면 보고해.”

    AI 법률 인용 할루시네이션 비율 — Stanford RegLab 2024 수치

    (참고로 위 두 사이트는 별도 MCP(Model Context Protocol)로 AI에 직접 연결해두면 자동 검증까지 가능하지만, 일반 사용자라면 AI에게 위 두 사이트 URL만 알려주고 웹 검색으로도 어느 정도 커버된다.)

    그러면 절반 정도의 가짜 법령이나 판례가 사라진다. 사라진 인용 자리에 “정확한 사건번호 확인 어려움”이라고 적힌다. 그게 정상이다. 사라지지 않는 것만 추가로 검증한다.

    AI 스스로 출처를 못 대는 인용은 무조건 버리도록 한다.

    AI가 풀어준 논리는 살리되, 그 논리를 떠받치는 인용 중 검증 안 되는 건 잘라낸다. 잘라내고 나서 빈자리는 직접 메운다. 이 한 단계가 AI 결과물을 실무에 쓸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른다.

    할루시네이션의 작동 원리 자체는 AI 할루시네이션이란 무엇인가에서 더 깊게 다뤘다.


    규칙 4. 같은 질문을 3번 다르게 던져라

    같은 질문을 같은 모델에 던져도 답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단어 하나, 문장 순서 하나가 바뀌면 결론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 변동성은 약점이 아니라 활용 포인트다. 나는 중요한 판단이 걸린 질문은 처음부터 3번 다른 각도로 묻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 첫 번째: “첨부한 계약서 제4조의 내용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 그 법적근거는?”
    2. 두 번째: “첨부한 계약서 §4를 우리 회사 표준계약서에 반영했을 때 리스크는?”
    3. 세 번째: “만약 1년 뒤 이 계약서와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면 내가 가장 후회할만한 지점은?”

    세 답이 같은 결론을 가리키면 그 결론은 단단하다. 답이 갈리면 갈린 지점에 진짜 쟁점이 있다. 갈린 지점이 보통 사람이 미처 못 본 자리다.

    AI 질문법 규칙 4 — Claude·GPT·Gemini 다관점 보고서를 받아 비교 검증

    이걸 한 모델 안에서만 해도 효과가 있고, 모델 자체를 바꿔서(Claude vs GPT vs Gemini) 비교해도 좋다. AI 모델별 강약점은 사용해보면서 감을 잡는다 — 이 부분은 AI 활용 시스템 만들기에서 따로 정리했다.

    이 규칙은 법무팀 업무 외 개인적인 업무(블로그 콘텐츠 제작, 자산관리, 쇼핑 등)에 쓸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AI가 한 번에 내놓은 답은 가설이지, 결론이 아니다.


    규칙 5. 최종 결정은 AI가 아니라 내가 한다.

    가장 중요한 규칙이고, 가장 자주 잊는 규칙이다.

    AI에게 5번 검증을 시키고, 반례 받고, 출처 따고, 3번 다른 각도로 물어도, 결국 결정은 사람이 한다. 이 마지막 한 단계를 AI에게 넘기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

    AI가 잘하는 것사람이 해야 하는 것
    쟁점 펼치기어느 쟁점이 진짜인지 고르기
    비판하기지적사항 중 수용할 것 가려내기
    출처 정리출처 신뢰성 판단하기
    변동성 보여주기변동 폭 안에서 결론 내리기
    초안 만들기초안의 방향이 맞는지 판단하기

    누군가는 AI를 자동화도구로 사용하지만 법무팀처럼 데이터 정합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영역에서 AI는 엄청나게 빠른 팀원 1명이다. 팀원이 만든 보고서가 아무리 훌륭해도, 서명은 내가 한다. 그 서명의 무게를 잊으면 AI는 조력자가 아니라 실수를 만드는 기계가 되고, 그에 따른 책임은 모두 내가 져야 한다.

    AI 질문법 규칙 5 — 결정의 책임은 사람이 진다, AI는 책임지지 않는다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AI가 아니라 내가 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결론

    내가 언급한 규칙은 엄밀히 말하면 AI를 잘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일을 잘 다루는 기술이기도 하다. 신입직원에게 일을 시킬 때 어떻게 시키느냐를 아는 사람은, AI한테도 똑같이 시킬 수 있다. 반대로 사람한테도 일을 못 시키는 사람이 AI한테 갑자기 잘 시킬 리가 없다.

    AI 활용도는 결국 본인의 업무 장악력과 비례한다. 본인이 자기 일의 쟁점 · 비판적 시각 · 근거 · 책임 구조를 모르면, AI한테 시킨 결과물도 그만큼만 나온다. 반대로 자기 일을 깊이 아는 사람은, AI를 활용하여 압도적인 산출량 차이를 만든다 (체감상 5~10배).

    질문이 답을 결정한다. AI 시대에는 이 명제가 더 무거워진다.


    다음 읽을 글

  • GPT vs Claude vs Gemini, 어떤 AI가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할까?

    AI를 쓰다 보면 AI가 틀린 정보를 자신 있게 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고 한다. AI가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지어내는 현상이다.

    그런데 GPT, Claude, Gemini 중 어떤 모델이 할루시네이션을 가장 많이 일으킬까? “객관적으로 할루시네이션이 많은 AI는?” 이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감이 아니라 데이터가 필요하다.

    2025~2026년에 공개된 주요 벤치마크 결과를 모아서, 이 질문에 대한 현재까지의 답을 정리했다.

    할루시네이션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면, AI 할루시네이션이란? — 원리를 알면 AI가 덜 무섭다를 먼저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벤치마크별 비교

    AI의 할루시네이션을 비교하려면 먼저 “어떤 기준으로 측정했는가”를 알아야 한다. 같은 모델이라도 벤치마크에 따라 점수가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가장 많이 인용되는 벤치마크 2가지로, 각각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정리한다.

    1. Vectara — 문서 요약 테스트

    업계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할루시네이션 리더보드다. 측정 방식은 단순하다. AI에게 문서를 주고 요약하라고 시킨 다음, 원문에 없는 내용을 얼마나 지어냈는지 비율을 측정한다.

    2025년 4월까지는 약 1,000개의 짧은 문서로 테스트했는데, 2026년 2월에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새 데이터셋은 7,700개 이상의 긴 기사(최대 32K 토큰)를 사용하며, 법률 · 의료 · 금융 · 기술 분야를 포함한다. 이 업그레이드 이후 모든 모델의 할루시네이션 비율이 3~10배 뛰었다.

    구 데이터셋 (2025년 4월, 약 1,000개 짧은 문서) — 할루시네이션 높은 순

    모델할루시네이션 비율
    Claude 3.7 Sonnet4.4%
    GPT-4.12.0%
    o3-mini-high (OpenAI)0.8%
    Gemini 2.0 Pro-Exp0.8%
    Gemini 2.0 Flash0.7%

    신 데이터셋 (2026년 2월, 7,700개 긴 문서) — 할루시네이션 높은 순

    모델할루시네이션 비율
    Gemini 3 Pro13.6%
    Claude Opus 4.612.2%
    GPT-5.2-high10.8%
    Claude Sonnet 4.610.6%
    Gemini 3.1 Pro Preview10.4%
    Gemini 2.5 Pro7.0%
    GPT-4.15.6%
    o3-mini-high (OpenAI)4.8%
    Gemini 2.5 Flash-Lite3.3%

    구 데이터셋에서는 전체적으로 5% 미만이었는데, 신 데이터셋에서는 최신 추론 모델들이 전부 10%를 넘었다. 문서가 길고 복잡해지면 모든 AI가 더 많이 지어낸다는 뜻이다.

    출처: Vectara Hallucination Leaderboard, Vectara Blog — Introducing the Next Generation, Suprmind AI Hallucination Rates & Benchmarks

    2. AA-Omniscience — 모르면 모른다고 써도 되는 시험

    6개 분야(비즈니스, 인문사회, 보건, 법률, 소프트웨어 공학, 과학·수학) 42개 주제에 걸쳐 6,000개 질문으로 지식과 할루시네이션을 동시에 측정한다.

    이 벤치마크의 독특한 점은 “모른다”고 대답하면 감점하지 않고, 틀린 답변만 감점하는 방식이라는 거다. 즉, 확실하지 않으면 답하지 않는 모델이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다. 실무에서 AI를 쓸 때 가장 중요한 덕목 —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기” — 을 직접 측정한다.

    Omniscience Index는 -100~100 범위이며, 높을수록 좋다. 틀린 답변이 많으면 마이너스까지 갈 수 있다. 할루시네이션 높은 순:

    모델정확도할루시네이션 비율Omniscience Index
    Gemini 3 Flash54.0%91%—
    Gemini 3 Pro55.9%88%16
    GPT-5.1 (high)37.6%81%—
    GPT-5.2 (xhigh)43.8%~78%—
    Claude Opus 4.545.7%58%—
    Gemini 3.1 Pro Preview55.3%50%33
    Claude Sonnet 4.6—~38%—
    Claude 4.5 Haiku—25%—
    Claude Opus 4.646.4%—14

    여기서 “정확도가 높은데 할루시네이션도 높다”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정확도가 높으면 할루시네이션은 낮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핵심은 “답변 거부”라는 세 번째 선택지가 있다는 거다. AI가 질문을 받으면 세 가지 중 하나를 한다: 맞히거나, 틀리거나, 모른다고 거부하거나. 이 세 가지를 합치면 100%다.

    시험에 비유하면 이렇다. 100문제짜리 시험인데, 모르면 건너뛸 수 있다.

    • Gemini 3 Flash = 100문제를 전부 풀었다. 54문제를 맞히고 46문제를 틀렸다. 정확도 54%, 할루시네이션 91%. 맞히는 것도 많지만, 모르는 문제도 찍어서 틀린 것도 엄청 많다.
    • Claude 4.5 Haiku = 확실한 문제만 풀고 나머지는 건너뛰었다. 맞힌 건 적지만, 틀린 것도 적다. 할루시네이션 25%.

    같은 시험에서 “많이 푼 학생”과 “확실한 것만 푼 학생”의 차이다. 정확도는 “맞힌 수 / 전체 문제 수”이고, 할루시네이션은 “틀린 수 / 답한 문제 수”에 가깝다. 그래서 둘 다 높을 수 있다.

    실무에서 이게 왜 중요하냐면, GPT-5.1은 정확도 37.6%에 할루시네이션 81%다. 대부분의 질문에 답을 하긴 하는데, 그 답 중 상당수가 틀렸다는 뜻이다. 반면 Claude 계열은 정확도는 낮아도, 답한 것 중에서는 틀리는 비율이 훨씬 적다. “모르면 안 답하는”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거다.

    출처: Artificial Analysis — AA-Omniscience, Suprmind AI Hallucination Rates & Benchmarks


    그래서 어떤 AI가 가장 정확한가?

    벤치마크 2개를 종합하면, 상황에 따라 답이 다르다. 하나의 모델이 모든 상황에서 가장 정확한 건 아니다.

    문서 기반 작업 (요약, 분석, 리서치): Gemini 우세

    문서를 주고 “이걸 요약해줘”, “이 계약서 분석해줘” 같은 작업에서는 Gemini 계열이 일관되게 가장 낮은 할루시네이션 비율을 보인다. Vectara 구 데이터셋에서 Gemini 2.0 Flash가 0.7%로 1위, 신 데이터셋에서도 Gemini 2.5 Flash-Lite가 3.3%로 1위다.

    이유가 있다. Google은 검색 엔진 회사다. 주어진 문서에서 정보를 정확하게 추출하는 건 Google이 수십 년간 해온 일이다. 이 DNA가 Gemini에도 반영되어 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능력: Claude 강점

    AA-Omniscience에서 Claude 4.5 Haiku는 할루시네이션 비율 25%로 3사 중 가장 낮다. Claude의 Constitutional AI 훈련 방식 때문에, Claude는 확실하지 않으면 추측하기보다 답변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실무에서 “틀린 답보다 차라리 모른다는 답이 낫다”라고 판단한다면, Claude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이다.

    GPT는 어디에 위치하나?

    GPT는 두 벤치마크에서 중간 지대에 있다. Vectara 신 데이터셋에서 GPT-5.2-high는 10.8%로 Claude Sonnet 4.6(10.6%)과 거의 같은 수준이고, AA-Omniscience에서 GPT-5.1은 할루시네이션 81%로 Gemini 3 Pro(88%)보다는 낮지만 Claude 계열(25~58%)보다는 한참 높다.

    다만 GPT-4.1(비추론 모델)은 Vectara에서 5.6%로 상당히 안정적이다. GPT 계열 안에서도 추론 모델(GPT-5 계열)과 비추론 모델(GPT-4.1)의 차이가 크다. “GPT가 좋다/나쁘다”로 한 줄 평하기 어려운 이유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 추론 모델의 역설

    2025~2026년 할루시네이션 연구에서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다.

    “생각을 더 많이 하는 모델이 거짓말을 더 많이 한다.”

    Vectara 신 데이터셋 기준으로, 추론(reasoning/thinking) 기능이 탑재된 모델들 — GPT-5, Claude Sonnet 4.6, Grok-4, DeepSeek-R1 — 은 전부 할루시네이션 비율이 10%를 넘었다. 반면 비추론 모델인 Gemini 2.5 Flash-Lite는 3.3%에 불과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추론 모델은 답을 내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수학 문제나 논리 퍼즐에서는 이게 큰 장점이다. 하지만 문서 요약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 원문 내용을 충실하게 옮기는 대신, “이 문맥이라면 이런 내용도 있을 것 같은데”라고 스스로 추론해서 없는 내용을 추가하는 거다.

    비유하면 이렇다. 회의록 작성을 시켰는데, 성실한 신입이 “이 맥락이면 이런 결론이었겠지”라고 판단해서 실제로 나오지 않은 결론을 써넣는 것과 같다. 머리가 좋을수록 이런 실수를 더 자신 있게 한다.

    실무적 시사점: 요약·분석·리서치처럼 “주어진 정보에 충실하게”가 중요한 작업에서는, 최신 추론 모델보다 비추론 모델(Flash 계열 등)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반대로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작업(수학, 코딩, 전략 수립)에서는 추론 모델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용도에 맞게 골라 써야 한다.


    벤치마크 숫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벤치마크마다 측정 대상이 다르다

    이 글에서 인용한 벤치마크 2개만 봐도, 같은 모델의 할루시네이션 비율이 벤치마크에 따라 3%가 되기도 하고 50%가 되기도 한다. 이건 모델이 이상한 게 아니라 측정의 목적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벤치마크측정 대상비유
    Vectara문서 요약 충실도“교과서 보고 시험 보기”
    AA-Omniscience지식 + 자기 인지“모르면 모른다고 써도 되는 시험”

    Vectara에서 Gemini가 0.7%고 Claude가 4.4%라고 해서 “Claude가 Gemini보다 6배 부정확하다”고 결론 내면 안 된다. Vectara는 문서 기반 요약 테스트일 뿐이다.

    데이터셋 난이도에 따라 숫자가 완전히 달라진다

    Vectara의 구 데이터셋(쉬운 버전)에서 GPT-4.1은 2.0%였다. 신 데이터셋(어려운 버전)에서는 5.6%로 뛰었다. 데이터셋이 바뀌면 절대적인 숫자 비교는 의미가 없어진다. 같은 데이터셋 내에서의 상대 순위만 비교해야 한다.

    실사용 할루시네이션 ≠ 벤치마크 할루시네이션

    벤치마크는 통제된 환경에서 특정 유형의 질문만 테스트한다. 내가 실무에서 “이 계약서의 리스크를 분석해줘”라고 시키는 것과, 벤치마크에서 “이 기사를 요약해줘”라고 시키는 건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벤치마크 숫자는 경향성 파악용이지, “이 모델의 할루시네이션 비율은 정확히 3.3%다”라고 확정하는 용도가 아니다.


    그래서 어떤 모델을 골라야 하나?

    벤치마크 데이터를 종합하면, 용도에 따라 답이 갈린다.

    작업 유형추천 모델 계열근거
    문서 요약·분석Gemini Flash 계열Vectara 문서 충실도 1위, 비추론 모델이라 과잉 해석 적음
    팩트체크가 중요한 작업Claude 계열AA-Omniscience 할루시네이션 최저, “모르면 안 답하는” 성향
    복잡한 추론·코딩GPT-5, Claude Opus 4.6추론 능력은 여전히 최상위 (단, 요약 작업에는 과잉)
    속도가 중요한 대량 작업각 사의 경량 모델 (Haiku, Flash-Lite, GPT-4.1)비용 대비 할루시네이션 비율도 양호

    어떤 모델을 쓰든 할루시네이션이 0%가 되진 않는다. 모델 선택만큼 중요한 건 사용 방법이다. 출처 기반으로 질문하기, “확실해?”라고 되묻기, 중요한 정보는 교차 검증하기 — 이런 실전 팁은 AI 할루시네이션이란? — 원리를 알면 AI가 덜 무섭다에서 자세히 다뤘다.


    정리

    “어떤 AI가 가장 정확한가”에 대한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가 정직한 답이다. 하지만 2026년 하루시네이션 연구에서 벤치마크 데이터를 종합하면 몇 가지 경향이 분명하다.

    첫째, 문서 기반 작업에서는 Gemini가 가장 낫다. 요약, 분석, 리서치 같은 작업이라면 Gemini Flash 계열이 할루시네이션 비율이 가장 낮다.

    두째, “모르면 모른다”는 태도는 Claude가 가장 강하다. 틀린 답보다 답변 거부가 낮은 상황이라면 Claude가 안전하다.

    셋째, 추론 모델은 “더 똑똑하지만 더 많이 지어낸다.” GPT-5, Claude Sonnet 4.6, Gemini 3 Pro 등 최신 추론 모델들은 전부 Vectara 기준 할루시네이션 10%를 넘예다. 추론이 필요 없에 작업에 추론 모델을 쓰면 오히려 손해다.

    결국 AI를 잘 쓰다는 건, 하나의 “최고 모델을 찾는 게 아니라 작업 유형에 맞는 모델을 골라 쓰는 것이다.


    참고 출쵘


    이 글에서 인용한 벤치마크 수치는 2026년 4월 기준 공개된 데이터다. AI 모델은 빠르게 업데이트되므로, 최신 수치는 각 벤치마크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을 권장한다.